[중앙뉴스라인, 양병남기자] 경찰청은 경찰관의 정신건강 문제를 더 이상 개인의 어려움으로만 두지 않고, 조직이 직접 살피고 보호·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26년 경찰동료 자살예방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현장에서 즉시 추진할 핵심과제를 담은 「’26년 시행계획」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경찰관은 연평균 23명이 자살했으며, 2025년에도 25명, 2026년은 8월 현재 16명이 자살했다. 최근 5년간 경찰관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17.7명으로 경찰 외 공무원(8.6명)의 약 2.1배에 달한다.
특히 자살과 직무 간 관련성을 인정받아 순직한 사례에서도 경찰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2017∼2021년 자살 순직자로 인정된 공무원 35명 가운데 경찰관은 12명(34.3%)이었다. 경찰관이 전체 공무원 현원의 약 10.3%인 점을 고려하면, 자살 순직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원 비중의 약 3.3배에 이른다.
이에 경찰청은 기존의 개인 신청과 상담 중심의 사후적 대응에서 벗어나, 「예방 → 진단 → 치료·치유」로 이어지는 전 주기 정신건강 지원체계 구축에 나선다.
' “아프기 전에 살핀다”… 전 직원 정신건강 종합검진·심리상담 추진 '
먼저 기존 「경찰관 직무적성검사」를 보건·복지 차원의 「경찰관 정신건강 종합검진」으로 재편하고, 검사 주기를 기존 5년에서 2년으로 단축한다.
검사 결과 정신건강 위험이 확인된 직원에 대해서는 상담사가 개별적으로 연락해 상담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 상담이나 전문적인 병원 진료까지 연계한다.
아울러 현재 일부 격무부서를 중심으로 실시하고 있는 정기 심리상담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향후에는 건강검진처럼 모든 경찰관이 매년 1회 이상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
이를 위해 경찰관서별 상담인력을 지속 확충하고, 2026년에는 일부 경찰서와 지역관서를 대상으로 전 직원 의무 심리상담을 시범운영 한 뒤 효과성과 현장 의견을 토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심리검사·상담을 받았다는 이유로 인사·복무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고, 검사와 상담 과정에서 알게 된 개인정보와 상담내용은 철저히 비밀을 보장한다.
' 도움이 필요한 동료, 조직이 먼저 찾아 지원한다. '
현장경찰관들이 도움을 요청하기만을 기다리는 방식에서도 벗어난다.
경찰관서별로 「경찰생명지킴협의회」를 운영해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직원에게 필요한 지원방안을 조직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협의회에서는 경찰업무 중 충격사건을 경험하거나 직무상 신체적·정신적 부상을 입은 직원, 장기 병가·휴직 후 복귀하는 직원 등에 대해 심리상담과 전문 진료뿐만 아니라 병가·휴직, 근무시간 및 업무 조정, 보직·근무환경 조정, 공상 신청 지원, 업무복귀 지원 등 실질적인 보호·지원방안을 함께 검토한다.
이 역시, 2026년 일부 관서에서 시범운영을 실시하고 운영성과와 현장 의견을 반영해 제도를 보완한 뒤 확대할 예정이다.
' 충격사건 발생하면 ‘즉시 개입’… 긴급심리지원도 대폭 강화 '
강력사건·사고 현장 등에서 충격을 경험한 경찰관에 대한 「긴급심리지원」도 강화한다.
기존에는 타인의 죽음을 직접 목격하거나 본인의 생명이 직접적으로 위협 받은 경우 등을 중심으로 지원했으나, 앞으로는 일반적인 충격사건뿐 아니라 동료자살, 사회적 이슈, 재난·사회적 참사까지 지원범위를 확대한다.
대상 사건이 발생하면 시도경찰청과 경찰서는 상급관서에 신속히 긴급심리지원을 요청하고, ① 초기개입 → ② 심리상담 및 평가 → ③ 후속지원으로 이어지는 표준 대응절차에 따라 지원한다.
필요한 경우 해당사건을 함께 경험한 팀·부서 단위의 회복프로그램도 실시해 개인뿐 아니라 조직 전체의 심리적 회복을 지원한다.
' 상담 먼저 받아야 진료비 지원?… 사전상담 요건 없앤다 '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의 문턱도 낮춘다. 경찰청은 현장경찰관들에 대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비는 전액 지원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기존에는 마음동행센터의 심리상담을 거쳐야 진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던 절차를 개선한다.
앞으로는 사전 심리상담을 받지 않고 협력병원에서 바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도 진료비를 지원하며, 관련 협회‧학회 등 단체와 MOU를 추진하여 2027년부터는 협력병원이 아닌 전국 정신건강의학과 의료기관에서 진료받는 경우까지 지원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 지휘관이 직접 정신건강 챙긴다… “상담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조직문화” 조성 '
경찰청은 제도 개선과 함께 조직문화도 바꿔나간다. 총경급 이상 지휘관의 심리상담을 정례화하고, 총경·경정 기본교육 과정에 「자살예방을 위한 조직관리 및 문화조성」 과정을 신설해 관리자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한다.
관서장과 부서장, 중간관리자가 먼저 심리검사와 상담에 참여함으로써 직원들이 상담과 치료를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경찰관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충격과 스트레스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라며 “그동안 개인이 스스로 견디고 이겨내거나, 도움을 요청해야 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조직이 먼저 살피고 필요한 지원을 끝까지 연결하는 체계로 전환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심리검사나 상담·치료를 받았다는 이유로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도록 하고, 관련 정보에 대한 비밀을 철저히 보장해 경찰관 누구나 부담 없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